내 단골 가게를 소개하는 것은 그리 내키지 않는다. 왠지 거들먹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괜히 잘못 소개했다가 가게가 북적거려도 곤란하다. ‘토끼정’은 우리 집 근처에 있고, 내가 곧잘 점심 을 먹으러 가는 곳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토끼정 주인’ 中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속에서 그 이름을 빌려온 토끼정은 추억이 담긴 인테리어와 정성스러운 가정식으로 젊은이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는 힙(Hip)한 식당이다. 뜨거운 인기로 전국에 한 곳 두 곳 매장을 내고 있는 토끼정은 최근 대학로의 숨은 골목에도 지점을 두었는데, 그 인테리어가 매력 있고 독특하다. 
 
 


토끼정 대학로점의 1층은 기존 건물 중앙의 개방된 천정을 그대로 살렸다. 가장자리 쪽 좌석과 분리된 느낌을 위해 난간을 두었고, 1층에서도 2층의 면면이 보여서 중앙에 배치한 좌석은 일종의 홀(Hall)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로 인해 토끼정의 다른 지점처럼 천장에서부터 테이블 펜던트를 내려 조명으로 사용하기에는 라인이 너무 길어지고 소박한 토끼정의 브랜드 이미지와 맞지 않았다. 디자이너는 그 대신 이곳에 테이블 조명을 두었다. 이 테이블 조명으로 인해 중앙의 높은 천정고로 개방된 좌석에도 안정감을 줄 수 있었다.
 
 
1층의 주변 자리, 즉 천정이 막혀있는 좌석은 고유의 패턴 무늬와 빈티지 아이보리 톤의 화이트 타일, 원목 합판의 고동색으로 토끼정의 컨셉을 드러내고 있다. 화이트 타일의 검은 줄눈으로 촌스럽지만 빈티지하고 깔끔한 이미지가 완성된다. 이 공간의 바닥 역시 벽면 하부처럼 원목으로 구성해서 막힌 천정과 함께 좀 더 어둡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1, 2층에 걸쳐 매장 구석구석에 배치한 모서리 창가 자리는 디자이너를 포함해서 여러 고객들이 선호하는 자리다. 창가 쪽으로 테이블을 붙여 나란히 앉아 식사할 수 있고, 대학로를 지나는 사람들과 마로니에 공원의 경치를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느낌의 공간이다.
 
 
 
2층은 1층의 두 바닥재와 다른 느낌을 주고자 유광 투명 에폭시로 마감했다. 1층의 천정을 개방한 까닭에 2층의 식사공간은 계단실을 중심으로 크게 좌우로 나뉜다. 왼쪽의 식사공간은 기존의 작은 세로창들과 그 창턱이 재미있고 입체적인 구조였고, 이를 그대로 살리면서 창과 창턱과의 조화를 위해 창유리와 창 프레임도 오래된 것을 그대로 보이도록 했다. 오른쪽 식사공간은 여러 패턴의 유리창과 원목 프레임으로 멋을 냈다. 2층에는 좀 더 사적인 시간을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2개의 룸을 두었다.

        
 
강남의 1호점을 시작으로 전국 모든 토끼정 매장의 인테리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70, 80년대의 촌스러운 일본풍 다방’이다. 약간은 촌스럽기도 하지만 젊은 층에게는 레트로하면서 신선한 느낌을 주는 브랜드의 컨셉은, 각 지점마다 다른 구조임에도 컬러나 아이템을 통일시켜 정체성을 또렷이 드러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곳 대학로점은 기존에 건축사무소였던 건물의 재미있는 형태를 살려 구조에 인테리어를 살짝만 입히고자 했고, 여러 매장 중에서도 디자이너가 특히 만족스러웠던 지점이 될 수 있었다.
저작권자 ⓒ Deco Journal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